조수가 밀려드는 시간 저물녘이 되면 하나 둘 배들이 들어온다. 세상의 거친 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종로와 광화문 인사동의 물길을 따라 외등의 등댓불 켜진 포구로 들어온다. 바닷속 그물을 내렸던 저인망선도 발을 쳐두었던 통발선도 각기 다른 흘수선을 가지고 집을 본 눈빛 되어 들어온다. 며칠 째 바다로 나가지 못한 수리 중인 배들이 잠시 출렁이다 뻘흙 묻은 막걸리 한 잔에 이내 잔잔해진다. 하하하 웃는 얼굴의 주름사이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이랑 덥석 잡는 투박한 손에 키를 틀며 가까스로 비껴가던 암초가 만져진다. 참 용케도 지나 온 절체절명의 순간들 이제, 집어등 아래 어둠을 밝히고 서로 상한 그물을 손질해주는 환한 시간 순식간에 포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장 따뜻한 여인 같은 집이 된다. 여자만은 모든 배들의 집이다. 다시 바다로 나갈 때까지 나도 한 척의 배가 되어 잠시 상처 난 시간들을 정박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