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에 대하여
1
아침에 일어나니 내 머릿속에 이상한 혹이 하나 만져졌다 굳은살처럼
딱딱하게 응고된 이 덩어리는 언제부터 내 생각 속에서 조금씩 돋아났던
것일까 망막의 유리문을 통해서만 간신히 보이는 그 덩어리의 뿌리, 뿌리
가 하도 깊어 수술로도 제거할 수 없는 그것을 나는 맹장처럼 늘상 달고
다녔던 것이다.
2
생각하면 그것은
처음에 천평처럼 여리고 사납게 흔들리다
그 위태로운 흔들림이 한쪽으로 기울어
티눈처럼 돋아났을 것이다
그리하여 시간의 더께가 채곡채곡 쌓여
실핏줄이 뻗어 들어가고 생각이 담겨
내 몸의 장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팔처럼 뒤틀면 아프고
살갗처럼 꼬집으면 멍들고,
천연덕스레 남의 육체에 기생하며
땅 위의 온갖 흐린 눈빛들 틈새에서
난해한 잠언이 되어
선한 생각들을 송두리째 죽이기도 하는,
고등동물의 두뇌 속에서
아름답게 돋아난
뻔뻔한 나의
종유석.
詩/권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