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택(1948~ ), '이 소 받아라 - 박수근' 부분
내 등짝에서는 늘 지린내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업은 누이를 내리면 등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지요
(중략)
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
용태가아, 애기 배 고프겄다
용태가아, 밥 안 묵을래
저 건너 강기슭에
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
강 건너 밭을 다 갈아엎은 아버지는
그때쯤 쟁기 지고 큰 소를 앞세우고
강을 건너 돌아왔습니다
이 소 받아라
아버지는 땀에 젖은 소 고삐를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박수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지난 시대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가 즐겨 쓰던 마티에르 기법은 물감을 여러번 덧칠해 화강암처럼 두터운 질감
을 내는 것인데, 거기 배인 물기와 냄새는 농부나 아낙들의 것이기도 했다. 지린
내가 가실 날 없던 소년의 등, 물동이를 인 어머니의 머리, 아버지가 건네준 땀에
젖은 소 고삐의 질감이 이 시에서도 화강암처럼 만져진다.
나희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