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권 - ‘산정묘지1’부분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탐험가들은 극(極)을 향해 간다. 북극을 가고 남극을 가고 히말라야 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을 오른다.
탐험가들이 지구라는 별의 극과 드높은 산정에 매혹될 때 구도자들은 우주의 궁극에 이끌린다. 시인
중에도 그런‘극취향’을타고 난 사람이 있다. 극의 극은 무극(無極)이다. 걸어서 발로 닿을 수 없고
깃발을 꽂을 자리가 없다. 그러나 구도의 마음은‘위 없는위'를 향해서 은산철벽과도 같이 험준한 길
을 오른다. <최승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