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뻐꾹새’부분
窓에는
窓에 가득한 뻐꾹새 울음......
모든 것이 안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혹은 사람의 목숨도
아아 새벽 골짜기에 엷게 어린
청보랏빛 아른한 실오리
그것은 이내 하늘로 피어오른다.
그것은 이내 소멸한다.
이 안개에 어려
뻐꾹새는
운다.
텅 비고 고요한 곳에서는 작은 소리도 잘 들린다.마른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하리만치 크게 들리는 것은 숲속이 조용하기 때문이고, 소금쟁이 다리 끝
에서 파문이 일어나는 것은 연못이 처음처럼 잔잔할 때의 일이다. 목월(木月)은
아주 가느다란 현들이 늘어서 있는 악기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상(無常)에 민감한 악기. 텅 빈 채 고요하게 있다가도 미세한 떨림을 일으키
는 악기. <최승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