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례(1955~ ) '3분 동안' 부분
3분 동안 못할 일이 뭐야
기습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지
그런데
이봐
먼지 낀 베란다에 널린
양말들, 바지와 잠바들
접힌 채 말라가는
수치와 망각들
뭐하는 거야
저것 봐
날아가는 돌
겨드랑이에서
재빨리 펼쳐드는 날개를(후략)
시간은 러시아 인형과도 같다.
하나의 시간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 겹의 시간이 그 속에 들어 있다.
그 시간의 틈새에서 일어나는 비상과 추락으로 어떤 '3분'은 아주 길다.
돌연 일상의 유리창을 깨뜨리며 날아온 돌멩이는 이렇게 말한다.
며칠째 널려 있는 양말들이여, 이 진부하고 눅눅한 일상을 뚫고 날아올라라.
네 속의 숨은 날개를 펼쳐 들어라, 3분이 지나기 전에.
나희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