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한 잎
김지하(1941~) '님' 전문
마루 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 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 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손님 오시거든
마루 끝에서 문간까지
마음에 능라비단도
널찍이 펼치소서
아침 풀밭…. 광대나물꽃 곁에서는 광대나물꽃 향기가 나고,
꽃마리꽃 곁에서는 꽃마리꽃 향기가 난다. 금창초꽃 곁에서
는 금창초꽃 향기가 나고, 별꽃 곁에서는 하르르 웃는 별들
의 숨소리가 들린다. 바람이여,아주 작은 숨결로라도 이 마
을에서 하루 종일 머무르시게. 임 오시는지, 임 오시는지….
고개 일제히 쳐드는 저 작은 꽃들의 마음 곁에 머무르시게.
곽재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