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1970~)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전문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 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해저무는 순천만. 개펄 위에 도요새의 발자국 몇개 찍혀 있다. 두리번거리며 서성이는 생의 문양들. 그 곁으로 짱뚱어 한마리 몸을 비틀며 다가선다. 부드럽고 천진한 저녁햇살 수북수북 쏟아지는데 짱뚱어는 새의 발자국 곁에 주저앉아 동그랗게 몸을 움츠린다. 무슨 사연이 깊었음인가…새의 발자국 과 짱뚱어의 몸이 함께 밀물 속으로 사라지는데…. 새여 그대가 남긴 발자국 몇개, 파도에 잠겨서도 한 젊은 시인의 노래가 되었음을 아시는가.
곽재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