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철(1956~) '등을 껴안을 때' 부분
고등어를 굽고 있는 당신의 등을
견딜 수 없어 달려가
껴안을 때
훗날 당신이 없을 때라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될
정신의 합일을 경험하고 있는 거야
(중략)
내 정신을 바람으로
내 육체를 불로 만드는 거야
살과 뼈를 구기고 태워서
바람과 불이 되어 당신과 섞이어
하나가 되고자 하는 거야
하나가 되고자 내 생을
당신 속에 집어넣고 또 집어넣고
봉인을 하는 거야
얼굴을 마주한 포옹과, 등 뒤에서 하는 포옹….
둘은 껴안는 방법 이외의 차이가 있다. 마주한
포옹은 두 사람 모두 포옹의 순간을 인식한다.
따뜻하게 웃으며 자신의 두팔 안에 상대방을 꼭
안아주는 것이다. 등 뒤에서 이루어지는 포옹은
적어도 한 사람은 그 포옹의 순간을 사전에 인식
하지 못한 채 맞이한다. 기대하지 못한 경이로움
의 시간…. 두고 두고 마음 안에 꽃이 핀다는 점
에서 등뒤의 포옹이 더 우아할 것 같다.
곽재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