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 나태주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지며
살아야 할 사글세방
밤이면 침대에 반듯이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 듯한 옷으로
치장해 주기도 하고
더러는 병원이나 술집에도
데리고 다닌다
처음에는 내 집인 줄 알았지
살다보니 그만 전셋집으로 바뀌더니
전세 돈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견디다 못해 전세 돈 빼어
이제는 사글세로 사는 신세가 되었지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방세는 점점 오르고
그러나 어쩌겠나
당분간은 내가 신세져야 할
나의 집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고 닦아준다.
사슬세의 설움을 안다면 아직은 내몸이 집이고
전세일 때 아끼고 섬길 일이다. 흙에서 멀어진 연장에 녹이 슬 듯
몸을 부리지 않은 사유가 반짝일 수 없다. 하지만 남용하지 말기 바란다.
몸은 빛나는 정신의 저수지. 마르지 않도록 해야한다. - 시평 이재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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