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아 떠도는 혼아 가슴까지 다 타 없어진 혼아 가슴이 없으니 품을 것 없겠네 칼이 되고 꽃이 되는 가슴도 없겠네
타고 난 하얀 재밖에 없겠네
박찬 (1948~)
1948년 전북 정읍 출생. 동국대학교 철학과 졸업. 1948년 월간 『시문학』에 시「상리마을에 내리는 안개는」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수도곶 이야기』『그리운 잠』『화염길』, 실크로드 문화 기행집 『우는 낙타의 푸른 눈썹을 보았는가』등이 있다.
칼과 꽃이 만나 다투면 누가 이길까. 칼이 꽃을 베어내면 핏물의 상처는 아물어 다시 꽃이 피고 성난 칼이 다시 베어내면 그 자리 다시 사랑의 꽃은 핀다. 꽃을 베다가 베다가 칼은 마침내 녹이 슬고 꽃의 대는 더욱 굵어져 간다. 칼도 품고 꽃도 품고 사는 가슴아, 이기는 삶을 살려거든 부디 칼보다는 더 자주 꽃을 내어 놓을 일이다.
시평::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3년 『삶과문학』과 그후 『실천문학』『문학과사회』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섣달 그믐』『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벌초』『몸에 피는 꽃』『시간의 그물』『위대한 식사』『푸른 고집』등.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