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해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 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가리 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복효근 (1962~)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등.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누우떼가 강을 건넌다. 악어떼가 누우들이 뛰어들기를 기다린다. 그 중 몇 마리 악어의 아가리 속으로 자진하여 뛰어든다. 육신 기꺼이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누우떼들의 무사 도강을 위해. 살아남은 누우들, 목숨을 빚졌으므로 거친 풀 뜯고 잠도 서서 잔다. 전류가 과부하에 걸릴 때 퓨즈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타적 존재들이다. 인류사에도 자기희생과 헌신으로 민족을 위기에서 건져낸 대인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