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최두석 (1955~ )
전남 담양 출생. 1980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대꽃』『성에꽃』『꽃에게 길을 묻는다』등. 「오월시」동인.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게 되었다. 제 몫의 이익만을 챙기겠다고 아우성이다. 제자가 스승을, 부모가 자식을, 아내가 남편을, 유권자가 정치인을, 죄수가 재판관을, 지역이 중앙을, 노동자가 자본가를,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 이 지독한 불신의 시대에 시인은 꽃이 되어 피고 나비가 되어 날자고 한다. 그것만이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김수영의 선언처럼 이 모기만한 목소리가 관계의 분단을 뚫는 날이 부디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