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를 소래 포구의 난전에서 본다, 벌써 귀밑이 희끗한 늙은 사람과 젊은 새댁이 지나간다 아버지는 서른 여덟에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지난날 장사를 하느라 홍해와 일광을 돌아다니며 얻은 병이라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부턴가 소래에 오고 싶어하셨다 아니 소래의 두꺼운 시간과 마주한 뻘과 협궤 쪽에 기대어 산 새치 많던 아버지, 바닷물이 밀려나가는 일몰 끝에서 그이는 젊은 여자가 따르는 소주를 마신다, 그이의 손이 은밀히 보듬는 그 여자의 배추 살결이 소래 바다에 떠밀린다 내 낡은 구두 뒤축을 떠받치는 협궤 너머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산다
- 시집 <푸른빛과 싸우다> 에서
송재학 (1955~ )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 얼굴』 외. 김달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