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
이성복 (1952 ~ )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1977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 금산』『그 여름의 끝』『호랑가시나무의 기억』『아, 입이 없는 것들』『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