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아침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이장욱
1968년 서울 출생. 고려대 노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2002)
이장욱 시의 매력은 우선 몽롱함에서 온다. 시어의 각각은 구체적이고 명징하지만, 그것이 결합된 문장과 문장의 연결 방식은 몽환적이다. 더구나 그것을 말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현실과 꿈의 경계 지점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이는 그의 시가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 지점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연유로 그의 시는 실제와 상상 사이의 허공에 한 발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 이 글은 문학평론가 오형엽씨가 이장욱 시인의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발간에 부쳐 써주신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