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 졸업.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김수영 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간의 영원성과 인간의 한시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허무하다. 돌부처가 눈을 감는다는 것은 다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뜨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두고 허물어지기만 하는가. 천천히 아주 더디게 사랑에 꽂혔던 시선을 거두고 있다. 끔찍하다.
달이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눈짓 한 번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이다. 감는데 보름, 뜨는데 보름이 걸린다는 말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더디게 오고 더디게 가는 것이 아닐까. 시인은 말한다. 모든 게 작살났다고 하더라도 사랑은 한 순간 타오르다 사그라지는 짚불 같은 것은 아니라고.
인간이란 동물은 생명의 유한함을 알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성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언제까지나’ 살 것 같은 생각에 스스로를 결박한다. 그래서 상처를 입고, 상처를 준다. 달은 지구에게 억만년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윙크를 해도 아직 한 번도 품은 적이 없다. 그래도 사랑의 자세를 잃지 않고 지구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참으로 더디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이처럼 더딤을 즐길 줄 아는 한결같은 마음에서 온다. 작살이 날지라도 언제 지구와 달을 한 번 만나게 해 줄까 보다. 어허, 이렇게 성급해서야 어디.
좋은 시를 읽으면 무릎을 치느라 멍이 드는데 이 시가 그렇다. 그런데 정작 멍은 가슴으로 든다.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