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에서 바닥에게는 낮은 창문도 희망이고 몸이 무거운 나무에게는 떨어지는 잎 하나도 기쁨이다 층계 위에 오래 앉아 있은 나는 내려가는 것이 희망이고 엊저녁에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하고 지금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고 앉아 있는 아이와, 어제까지 몰랐던 여자와 아침까지 자고 지금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와, 그러고도 아직 사랑에 굶주린 이 아이들의 공복으로 배가 접혀오는 내 머리 위의 도시에 그늘을 펴고 있는 라일락의 꿈이 당신은 꽃을 피우는 일이라고 쉽게 짐작하겠지만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라일락의 꿈은 시든 꽃을 흔들어버릴 4월의 바람이고 바람도 아니 부는 4월의 봄은 꽃피는 절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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