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정읍 출생, 전북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 <동화(同化)의 시공과 재생에의 언어>가 당선되어 문단 데뷔. 현재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1년 ‘객석’ 연극평론상을 받았으며, 시집으로 <햇볕 쬐러 나오다가>, <서릿길>이 있다.
세상은 크고 화려하고 빠르고 위대한 것들을 좇는다. 인간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인간적인 것들 투성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평화를 누리고 쉴 만한 곳은 점점 파괴당하고 있다. 항차 사람들은 어디서 숨을 쉬고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며 평안을 누릴까. 익두의 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물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익두의 시는 짧고 간단하고 단순한 세상을 이루는 자연 앞에 있다. 시는 간결하고 짧지만, 그러나 감동은 잔잔하고 넓게 세상에 다 번진다. 익두의 시를 읽고 있으면 깊은 산 옹달샘 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서늘하게 깨어 온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잔뜩 흐려있음을 그의 시는 말해준다. 아침 산그늘에 갇힌 풀꽃들, 지는 햇살을 받아 빛을 내는 모든 풀잎들, 그 찬란한 것들과 맑은 소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익두의 눈은 쓸쓸하고, 맑다. 소주처럼 참 맑다.
* 이 글은 김용택 시인께서 김익두 시인의 시집 <서릿길> 발간에 부쳐 써주신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