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인』에 「황톳길」 등 발표, 문단 데뷔.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1981),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등 수상. 시집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중심의 괴로움』, 『화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살림』, 『생명』, 『사상기행』, 『예감에 가득 찬 숲그늘』, 『김지하의 화두』,『김지하 사상전집』 등이 있음.
김지하 시인은 우리에게 저항과 생명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저 암울했던, 야만과 광기의 연대인 7, 80년대를, 그는 온몸을 저항의 무기로 삼아 관통했던 시인이었다. 그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가치적 명제가 결코 창백한 지식인을 위한 허사가 아니었음을 치열한 삶과 문학을 통해 증거했던 시인이었다. 당시 그는 직선적 세계관에 충실한 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담시 <<오적>>으로 우리 문학사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필화를 겪고 감옥에서 고행의 수인이 되어 세상과 격리되어 있을 때 우연히 감옥의 창살에 날아온 개가죽나무 씨앗의 발아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섬광처럼 생명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그는 직선적 세계관을 버리고 곡선의 미학을 신봉하게 된다. 아니다. 이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그는 이미 초기작부터 생명에 대한 외경을 피력해 왔다. <황토>와 같은 시가 그 실례이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그의 시를 편향되게 읽게 만들었던 것이다. 고정관념이란 때로 진실을 곡해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감옥 체험에서 우주 생명에 대한 사상을 더욱 확대 심화시켜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의 철학 사상서에 의하면 우주 만물은 모두 영성을 가진 존재로서 자기 완결을 위한 진화의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80년대 그의 생명론은 시대에 앞선 예지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 있는 것이었으나 외려 그것이 이유가 되어 일부에서 부당하게 배척받고 폄하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앞서 주장한 생명론은 이제 우리 시대 주요한 지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시는 이러한 시인 개인을 비롯한 시대의 변화에 대한 저간의 사정을 함축한 명편이다. 중심에서 이탈하려는 꽃씨. 그 이탈이 없다면 생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도 진화 발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때의 중심의 괴로움이란 씨앗들 생명 운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사방으로 퍼지고, 흩어져 나가려는 행위에서 괴로움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