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섬이 되어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오고 가는 이 없는 끝없이 열린 바다 문득 물결 끝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그러나 넋의 둘레만을 돌다가 스러지는 불빛 불빛, 불빛, 불빛
외로움이 진해지면 우리들은 저마다의 가슴 깊이 내려가 지난날의 따스한 입맞춤과 눈물과 어느덧 어깨까지 덮쳐오면 폭풍과 어지러움 그리고 다가온 이별을 기억한다
천만 겁의 日月이 흐르고 거센 물결의 뒤채임과 밤이 또 지나면 우리들은 어떤 얼굴로 만날까
내가 이룬 섬의 그 어느 언저리에서 비둘기 한 마리 밤바다로 떠나가지만
그대 어느 곳에 또한 섬을 이루고 있는지 어린 새의 그 날개짓으로 이 내 가슴속 까만 가믐을 그대에게 전해 줄 수 있는지
노창선
1954 충북 청원 출생 청주대 영문과 및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5 <<한국문학>>에 시 <잠의 사원>을 발표하여 등단
기술과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는 현대인을 무한 욕망과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저마다 섬으로서 유폐와 고립의 생을 사는 현대인은 타자와의 진정한 교감과 소통이 부재한 현실을 가까스로 견디며, 사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을 살고 있다. 현대판 유목민들, 각자 떠돌며 기술 즉 이메일과 휴대폰에 의존하여 나날의 불모를 가까스로 견디는 외로운 사람들의 황페한 내면을 들여다 보라! 특별한 예외적 소수를 제외하고 우리 모두는 정신의 장애를 겪고 있는지 모른다. 기술과 자본은 우리에게 획일적 인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자의식 없이 기계적 관성으로 주어진 트랙만을 고집하는 경마장의 경주마처럼 순환 반복하는, 무의미한 모래의 시간을 살도록 그것들은 강요하고 부추키는 것이다. 노창선의 시 <섬>은 이러한 현대인의 내면에 자리한, 타자와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유폐와 단절 그리고 그에 따르는 근원적 고독을 노래하고 있다. 열린 만남은 진정 요원한 우리 시대의 꿈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