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다발증으로 그녀는 연주를 할 수 없다. 바이올린이 온몸을 파고들어 울리기 때문이다. 홀로 열린 창, 밖에는 늙어 목쉰 고물상. ...여보, 나도 이제 고물이니 사감이 어떠하오? 농담은 날로 진담이 되어서 그녀는 과감하게 고물상에게 몸을 통째로 던지고 말았다. 건드릴 적마다 몸저린 고물상의 기쁨, 해는 그때부터 눈부시고 몸부신 빛이 되었다.
▶ 마종하 약력
1943년 강원 원주에서 출생. 196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귀가」가 당선. 시집으로 『노래하는 바다』(1983) 『파 냄새속에서』(1988) 『한 바이올린 주자의 절망』(1995) 『활주로가 있는 밤』(1999) 문학동네가 있으며, 장편소설 『하늘의 발자국』 (1988)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