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 송찬호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감옥은 작아져야 한다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본다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척의 배,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오래 쓰다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 송찬호 약력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시집으로는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