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 실패가 갑자기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곳 문득 휘파람을 불고 싶은 곳이다 없어진 삼학도에 가서 동강난 생낙지 발가락 씹으며 싸구려 여자를 바라볼 거나 삼학소주 한 잔을 기울일 거나.
▶ 문병란 선생 약력
1935년 전남 화순 출생. 조선대 국문과 졸업. 1963년 『현대문학』에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 등의 시가 김현승 시인 추천으로 등단. 조선대 등에서 교직 역임. 전남문학상, 요산(樂山)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문병란시집』, 『정당성』, 『죽순밭에서』, 『땅의 연가』, 『무등산』 등 다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