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단에는 ‘1941년생’ 시인들이 적잖이 많습니다. 소위 약관의 나이에 4·19를 체험한 이들의 글쓰기가 우리 문단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지적은 새삼스럽기만 합니다. 지난 2월25일 타계한 故 이문구 선생이 장례식이 최초의 ‘문인장’으로 치러졌습니다. 문인을 비롯해 수많은 독자들이 선생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는가 하면,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장>을 추서했습니다. 선생은 유족들에게 “어떠한 이름의 기념 사업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묘비명’도 그 중의 하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죽은 자들의 어튜리뷰트(attribute)인 묘비명이 김광규의 「묘비명」에 이르면 진실된 삶이란 무엇인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상적 세계에 대한 냉철한 지적 통제는 이 시를 반성의 텍스트로 읽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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