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던가요, 어머니는 중앙시장 교복집에서 한 삼 년 바느질품을 파셨지요. 그 길은 등하교를 하던 길이어서 혹 어머니가 아는 체를 하실까 고개를 외로 돌리고 서둘러 교복집 앞을 빠져나오곤 했던, 그 중앙시장 골목집에서 오늘 점심을 먹었습니다. 온통 어머니 솜씨 닮은 반찬들을 입에 넣으며, 명퇴 당한 옆자리 젊은 시청공무원의 낮술에 취한 푸념을 들으며, 시골학교 선생으로 발령 받았을 때 '에미는 니가 대통령이 된 것보다 더 기쁘다'시던 바느질을 잘 하시던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바느질을 잘 못하니 어머니 생각 더욱 간절합니다.
▶ 권혁소 시인 약력
1962년 강원 평창 출생. 1984년 『시인』지 및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논개가 살아 온다면』, 『수업시대』, 『반성문』, 『다리 위에서 개천을 내려다보다』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