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의 시 「개 두 마리」는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어떤 발견을 시로써 쓴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이 시에는 우리 삶에 대한 우화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갑작스레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어이없는 긴장" 관계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지키며, 누군가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습니까? 이 시를 보며 "밥은 다같이, 담배는 따로"라는 러시아 속담이 떠오릅니다.
개 두 마리
이동순
지난 여름 장에 가서 암수 강아지 한쌍을 사왔다 이놈들이 커서 이젠 제법 개 구실을 한다 어느날 과자 하나씩을 주었더니 제각기 자기 과자 앞에서 과자를 지키며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한다 두 시간이 지나고 오전이 다 가도록 서로 눈치만 보며 먹지를 못한다 등털 곤두세우고 침만 질질 흘리는 이 어이없는 긴장! 나는 늦게사 그걸 알고 가서 과자를 멀리 던져버림으로써 그 팽팽한 긴장을 깨뜨렸다 이놈들은 그제사 고개 들고 하늘도 보고 또 서로 핥아주기도 한다
▶ 이동순 시인 약력
1950년 경북에서 태어나 경북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8년 <일제 시대 저항 시가의 정신사적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충북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영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3년 시가, 1989년에는 평론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어 시단과 평단에 등장했다. 저서로는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가시연꽃』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민족시의 정신사』와 편저 『백석 시전집』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