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追憶)한다 ― 옛날에 옛날에 ―
낙타는 어린 때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읜 동심(童心)의 옛 이야기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 출전 : 『문장』, 1939
▶ 이한직 (1921-1976)
호 목남(木南). 전북 정주 출생. 경성중학 졸업. 일본 게이오대 법과 수학. 1939년 『문장』에 정지용 추천으로 시 「온실」, 「낙타」, 「기려초」 등이 발표되면서 등단. 해방 후 청년문학가협회의 창립 참여. 초기에는 카프 계열의 정치 지향성과 모더니즘의 주지시를 모두 비판하고 순수시를 지향했으며, 1950년대에는 현실을 초탈한 내면 지향의 시를 추구했다. 작고 후 가족들이 21편의 시를 모아 펴낸 『이한직 시집』(문리사, 1977)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