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윤동주(1917∼1945) 1917년 북간도 출생. 연희전문 졸업, 일본 동지사대학 수학. 1939년 산문 「달을 쏘다」를 <조선일보>에, 동요 「산울림」을 『소년』에 발표했다.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후, 유고전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1955)가 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