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흘렸던 우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떠돌다가 우리 힘으로 다시 찾은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 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는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 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이성부(李盛夫) 1942년 광주 출생. 1959년 광주고 재학 시절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1961년 <현대문학>에 <백주>, <열차> 등이 추천되어 등단.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糧食)> 당선. 1967년 '시학' 동인. 1969년 제15회 현대문학상 수상, 1977년 제4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시집 <이성부 시집>(1969), <우리들의 양식>(1974), <백제행>(1977), <평야>(1982), <빈 산 뒤에 두고>(1989), <야간 산행>(1996), <지리산>(2001)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