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출처: 시집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1960∼1989) 경기 연평도 출생. 연세대 정외과 졸업.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 당선. <중앙일보> 기자. 1989년 뇌졸중 사망.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있음. 추모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1994)와 『기형도 전집』이 간행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