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생활) - 김수영
시장거리의 먼지나는 길옆의
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의 멍석의
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
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
나는 자꾸 허허......웃는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하나의 생황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서며서
이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
생활은 고절이며
비애이었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
<1959.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