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마을 - 천상병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이라 부른다.
내가 천시요 구천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 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 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