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몽 1 - 정지용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래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