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주셔요 - 한용운 나는 당신의 이별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님이여, 나의 이별을 참아주셔요. 당신은 고개를 넘어갈 때에 나를 돌아보지 마셔요. 나의 몸은 한 작은 모래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님이여, 이별을 참을 수가 없거든, 나의 죽음을 참아주셔요 나의 생명의 배는 부끄럼의 땀과 바다에서, 스스로 폭침(爆沈)하려 합니다. 님이여, 님의 입김으로 그것을 불어서, 속이 잠기게 하여 주셔요 그리고 그것을 웃어 주셔요. 님이여, 나의 죽음을 참을 수가 없거든, 나를 사랑하지 말아 주셔요. 그리고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도록 하여 주셔요. 나의 몸은 터럭 하나도 빼지 아니한 채로, 당신의 품에 사라지겠습니다. 님이여, 당신과 내가 사랑의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참아주셔요. 그리하여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말고,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도록 하여 주셔요. 오오, 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