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다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자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정조보다도 사랑입니다.
남들은 나더러 시대에 뒤진 낡은 여성이라고 삐죽거립니다.
구구(區區)한 정조를 지킨다고.
그러나 나는 시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과 정조의 심각한 비판을 하여 보기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자유연애의 신성을 덮어놓고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자연을 따라서 초연생활(超然生活)을
할 생각도 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구경(究境), 만사가 다
저의 좋아하는 대로 말한 것이요, 행한 것입니다.
나는 님을 기다리면서 괴로움을 먹고 살이 찝니다.
어려움을 입고 키가 큽니다.
나의 정조는 『자유정조(自由貞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