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 힌용운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랬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는 꽃을 주워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