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 이이화
이른 아침부터 오케스트라 연주회다
나비넥타이 맨 은행나무
바람에 몸 맡기고 지휘봉 힘차게 젓는다
새싹 쓰다듬는 플루트 기다란 손가락이
비단처럼 보드랍다
호수 위를 통통 튀어 다니는
바이올린의 푸른 왕관을 써 보고 싶다
첼로같이 우직한 사내
저음을 켜며 일터로 향한다
비올라 목청 아이들
노랑 병아리로 치장하고 거리로 쏟아진다
꽃잎 가득 매달려 있는
클라리넷의 발랄한 음계가 터질 듯 부푼다
검푸른 바다를 칠 때마다 들썩이는 피아노 선율에
청중이 압도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