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우리들 백의민족은 동서 고금에 혁혁히 빛나는 문화 민족의 후예요 계승자요 영원한 앞날에 전수자로서 그 사명과 의무와 책임은 참으로 중차대한 것입니다. 이 불멸의 문화 가치와 긍지는 세계의 인류에게 과시하고도 남음이 있읍니다.
홍대(洪大)한 우주에 가득 찬 삼라만상이 천차만별로 그 형태와 용모는 비록 각각 다르다 하더라도 제각기 발휘하는 굳은 의지와 힘찬 정열의 근저만은 다 같은 것이요, 네 것 내 것 없는 일관(一串)의 일관(一貫)된 것으로 보는 바입니다. 여기 <불나비>란 극히 작은 곤충이 있으니 그 몸은 비록 미소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까지를 초월하고 지조와 정열의 대근원력(大根源力)을 맹렬하게 자재롭게 긍지있게 발휘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능히 만유전체의 불멸의 근원력을 대표하는 것이라 보는 바입니다.
불나비 !
사랑의 불 속에 뛰어들어
자기야 있고 없고
불나비 !
생명의 불 속에 날아들어
목숨이야 있고 없고
불나비 !
비밀의 불 속에 달겨들어
목숨과 죽음을 넘어
그 <무엇>에 부닥치려는
무서운 몸부림이여
너
MEHR LICHT!에의 일편단심
그 생리의 실천자
너
영원히 처절하고 비장한
<프로메튜스>의 후예여 화신이여
깊은 밤빛같이 깜고
좁쌀알같이 작은
고 얄미운 눈동자
오직
불과 빛을 향해서만 마련되었기에
살아서 깜박이는 순간이 없고
죽어서 눈 감지 못하는 숙명이여
불도 오히려 서늘한 듯
무서운 너 정열의 불꽃이여
단지
빛을 위하여 나고
빛을 위하여 살고
빛을 위하여 죽는
한없이 비장하고 찬란하고
거룩한 너 운명의 조화여
생명보다 죽음보다
삶보다 사랑보다
오직 불과 빛
타오르는 불빛을
불빛 속에 침투되어 무한히 감추어진
생명과 죽음을 빼앗고도 남음이 있을......
그 속 모를 불빛의 신비의 심연 속에
마구 뛰어들어 날아들어
부닥쳐 몰입하려는 너 뼈저리게 안타까운......
꽃가루인 양 향기롭고 보드럽고
꽃이 파리마냥 고운 나래의 기적이여
불 속에 몇 번이고 거듭 거듭 덤벼들어
그 나래가 타고 알몸이 타고 기진맥진
땅바닥에 굴러 떨어져 소리없는 신음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