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밑바닥이
거의 환히 들여다보인다고
백성들은 수군거리며
심각한 불안과 공포에 떨고
전답은 마르고 지각은 갈라지고
창천도 갈라질 듯
산천초목이 마르고
뭇 생물과 동물과 인간이
운명의 엄엄(奄奄)함이여...... .
강가의 일망무제(一望無際)한 백사장
그 모래알들은 낱낱이 알알이
거의 그 발화점-그 초점에 달할 직전의 순간인 듯
이글이글 끓을 듯 속속의 콩알 튀듯 튈듯한 가운데
억조창생의 운명의 사막을 예감하면서
나는 암담한 운명의 그림자를 밟으며
목고개를 풀이 죽어 그 위를 헤매며 거니는데
오- 보라 ! 눈을 부릅뜨고 보라 !
무서운 사막 속의 기적의 오아시스를.
난데없이,
억만년의 태고색(太古色) 창연한 거대한 암석의 돌학이
돌출하자
보라 ! 다시 눈을 부릅뜨고
희다 못해 푸르고 속모를 청렬(淸列)한 물더미
그 무한량의 물더미의 샘 모아 힘차게 터져
용솟음치며 절대도(絶對度)로
힘차게 솟아 넘쳐 흐름을...... .
한없이 샘솟는 이 수원은 실로 창망한 동해바다로 직통하였음을
아니 ! 태초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나뉘고 하늘과 바다가 갈라지던
그 태고겁초의 창조의 바다속에 뿌리박았음을,
나는 직관하고 영감했건만
물맛은 짜지가 않고 감로같이 달았다.
이 생명수와도 같은 거룩한 샘물이 망막무제(茫漠無際)한
사막과 대지를 골고루 적시고 스며들어
전체를 녹화하고 소생하여 꽃피고 열매 맺을
참 평화의 명일(明日)을 예감코
무한한 환희와 감사와 법열에 넘치며 감기며
무심코 용을 써 몸을 뒤치는 찰나
깨고 보니 꿈일러라
한없이 좋고 든든하고도 서글프고 안타까운 꿈일러라
그러나 이것은 역시 꿈이 아니더라
꿈이 꿈이 아니더라
꿈이 꿈인채 그대로 꿈이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