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 오상순 - 항아리와 더불어 삶의 꿈을 어루만지는 조선여인의 마음 조선의하늘빛과 젖빛구름과 그윽한고령토와 조선의꿈과 창공에물결치며 달리는산맥 대지에구비치며 흐르는장강 춘하추동사시의 눈부신조화 찬란한일월성신 우렁찬선율 이자연이조화의 맥박과호흡 길이스며흐른다 조선항아리 하늘빛모시치마 허리에감고 이슬맺은달밤에 호올로서서 너를어루만지는 나의속마음 살뜰히씻는내맘 너는알리라 이내마음허전해 어루만지고 답답고서글퍼도 어루만지고 우울하고설워도 어루만지고 외롭고쓸쓸해도 어루만지고 심심코무료해도 어루만지고 내영혼적막해도 어루만지고 이내마음꽉차도 어루만지고 이내마음텅벼도 어루만지고 회의에잠기어도 어루만지고 감정이격동해도 어루만지고 감각이가란져도 어루만지고 신경이날카뤄도 어루만지고 둥그런수박같은 빛난흙그릇 길게흐른 유선형(流線型) 예술은길어 항아리는백(百)하나 장엄도할사 황금보옥일없네 그건죽은것 항아리는내분신 호흡이통해 찼다볐다자유다 내마음따라 있다없다자재다 나의뜻대로 채면차고비면벼 내멋의창조 꽃과달을배우는 경건한 도장(道場) 후원의장독단은 내꿈의 제단(祭壇) 좋아서설은생명 호소의법정 짧고긴내살림의 의욕의 비고(秘庫) 크고작고나란히 내맘의질서 길고둥근흙그릇 단장한그멋 고려자기청자기 표사(표사)한 신운(神韻) 이조자기백자기 침체한 아담(雅淡) 매란국죽사군자 향기도높고 사슴거북십장생 기품도좋아 인생과자연귀일 조화의 극지(極地) 흙으로빚은네몸 약간다쳐도 생동하는숨결이 멎어지려니 문명역사자랑은 인간의몸도 흙으로빚어내진 전설슬프다 내키커도다섯자 진정서글퍼 네키커도다섯자 너도그러리 무한을한정할양 너와내신세 영원을주름잡은 나와네입체 사람손에빚어낸 너의존재나 너에게손은없되 쥘자리있어 내논에쥐어지고 어루만져져 가만히서고앉아 내사랑받네 선정(禪定)에든네모양 나는애달퍼 명상에깊이든잠 깨워보련다 발돋움하여볼까 누가더큰가 나의발은자유나 너는선뱅이 나는 굴신자재(屈伸自在)나 너는어이해 자연생명네속에 스며흐르고 천재영혼네속에 아득히동해 뚜렷한너의성격 손에잡히고 안뵈는네발돋움 심안(心眼)에비쳐 수줍은네속삭임 귀속에아련 소리없는네미소 황홀도하다 춘풍추우사시절 씻고또씻고 일광월광운영(雲影)속 채우고비고 이슬서리비눈에 다채한표정 유풍한네살림의 왕성한의욕 달밤에꾸는네꿈 설은<에로쓰> 일편단심내사랑 알뜰한사랑 병들어여윈때도 너를못잊어 옥천(玉泉)샘 정안수(淨安水)로 채우고비고 성체같은네몸에 부정이탈까 어루만져씻고사 이맘놓이네 여기고초장단지 저기간장독 장아찌꿀항아리 게장굴단지 김치깍두기단지 국화술단지 옹기종기늘어서 백화로 요란(爛) 철철이때따라서 미각을꾀어 가족생리 영리(靈理)의 생장을돕고 생일잔치돐잔치 신명께빌고 명절경절(慶節)축하로 장만한여유 일가친척이웃에 나누어먹고 정성(淨誠)을다한제주(祭酒) 고이빗어서 조상의봉제사날 손꼽아고대 항아리속이비면 내마음비고 항아리속이차면 내마음차네 항아리속이차면 내마음비고 항아리속이비면 내마음차네 빈마음찬것비어 빈맘채우고 찬마음빈것채워 찬맘비우니 항아리와나와는 순환인과율(循環因果律) 쪼갤수없는운수 예정의조화 빈속에무(無)가숨어 유(有)를꼬이고 찬속에유(有)못견뎌 무(無)를부르네 유무의숨바꼭질 끝도없거니 유무의끝나는곳 열반적멸궁(涅槃寂滅宮) 적멸궁에가는길 하도멀기에 시공을주름잡은 곡선항아리 가슴속은하수에 오작교놓아 견우직녀만나듯 영혼을꾀어 적멸궁우리님을 저피안인양 차안방촌(方寸)에뵈는 <필로소피아> 항아리의 아득한 설은<에로스> 구원의길동무냥 손을이끌고 모르고도아는길 뵈는항아리 어루만져씻는맘 너는아리라 채우고비는마음 너는 아리라 항아리어루만져 세사를잊고 항아리거문고타 내꿈달래네 달래도또달래도 깊어만가는 끝없는이내꿈은 단지에어려 보고보고또봐도 또보고지고 자세치항아리의 끝없는곡선 아지못할사이에 넋을꼬이어 어깨춤절로나고 노래제절로 아득한아리랑재 넘겨주는듯 거문고가야금줄 타지않건만 용궁월궁악사들 반주하누나 그윽고신비할사 흙그릇조화 진선미성(聖)의향연 천래(天來)의소식 네꿈이내꿈인가 내꿈네꿈가 내꿈이항아린가 네꿈내꿈가 내꿈이스며들어 네꿈빼앗고 네꿈이밀려들어 내꿈뺏으니 꿈과꿈교류융합 분간없고녀 꿈과꿈의심판자 두꿈밖의꿈 꿈밖의꿈꿈속꿈 깨임없는꿈 깸없으니무의꿈 이꿈참꿈가 두어라꿈타령은 끝도없거니 영원히애태우는 속모를이꿈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