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밤
오, 아시아의 밤
말없이 묵묵한 아시아의 밤의 허공과도 같은 속 모를 어둠이여
제왕의 관곽(棺槨)의 칠빛보다도 검고
폐허의 제단에 엎드려 경건히 머리 숙여
기도 드리는 백의의 처녀들의 흐느끼는
그 어깨와 등위에 물결쳐 흐르는
머리털의 빛깔보다도 짙으게 검은 아시아의 밤
오, 아시아의 밤의 속 모를
어둠의 깊이여.
아시아의 땅 !
오, 아시아의 땅 !
몇 번이고 영혼의 태양이 뜨고 몰(沒)한 이 땅
찬란한 문화의 꽃이 피고 진 이 땅 !
역사의 추축을 잡아 올리던
주인공들의 수 많은 시체가
이 땅 밑에 누워 있음이여.
오, 그러나
이제 이단과 사탄에게 침해되고
유린된 세기말의 아시아의 땅.
살육의 피로 물들인
끔찍한 아시아의 바다빛이여.
아시아의 사나이들의 힘찬 고환은
요귀의 어금니에 걸리고
아시아의 처녀들의 신성한 유방은
독사의 이빨에 내맞겨졌어라
오---- 아시아의 비극의 밤이여
오---- 아시아의 비극의 밤은
길기도 하여라.
하늘은 한없이 높고 땅은 두텁고
융륭한 산악 울창한 삼림
바다는 깊고 호수는 푸르르고
들은 열리고 사막은 끝없고
태양은 유달리 빛나고
산에는 산의 보물
바다에는 바다의 보물
유풍(裕豊)하고 향기로운 땅의 보물
무궁 무진한 아시아의 천혜(天惠) !
돈오미도(頓悟未到)의 성지 대아시아 !
독주와 아편과 미와 선과
무궁한 자존과 무한한 오욕(汚辱)
축복과 저주와 상반(相伴)한
기나긴 아시아의 업(業)이여.
끝없는 준순(逡巡)과 미몽(迷夢)과 도회(韜晦)와
회의와 고민의 상암(常闇)이여
오, 아시아의 운명의 밤이여
이제 우리들은 부르노니
새벽을 !
이제 우리들은 외치노니
우뢰를 !
이제 우리들은 비노니
이 밤을 분쇄할 벽력을 !
오, 기나긴 신음의 병상 !
몽마(夢魔)에 눌렸던 아시아의 사자는
지금 잠 깨고
유폐되었던 땅 밑의 태양은 움직인다
오,태양이 움직인다
오,먼동이 터온다.
미신과 마술과 명상과 도취와 향락과
탐닉(眈溺)에 준동(蠢動)하는 그대들이여
이제 그대들의 미녀를 목 베고
독주의 잔을 땅에 쳐 부수고
아편대를 꺾어 버리고
선상(禪床)을 박차고 일어서라
자업 자득하고 자승 자박(自繩自縛)한
계박(繫縛)의 쇠사슬을 끊고
유폐의 땅 밑에서 일어서 나오라.
이제 여명의 서광은 서린다
지평선 저쪽에
힘차게 붉은 조광(朝光)은
아시아의 하늘에 거룩하게 비추어
오, 새 세기의 동이 튼다
아시아의 밤이 동튼다.
오, 웅혼(雄渾)하고 장엄하고 영원한
아시아의 길이
끝없이 높고 깊고 멀고 길고
아름다운 동방의 길이
다시 우리들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