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처럼 깊은 밤
주검같이 고요한 어둠의 밤
희랍 조각에 보는 듯한
완강히 용솟음치는 골육의 주인
젊음에 타는 그는
그 어둠 한가운데에
끝없고 한없이 넓은 벌판 대지 위에
꺼질 듯이
두 발을 벌려 딛고 서서
힘의 상징, 우옹(牛翁) 같은 그의 팔 !
무쇠로 만든 것 같은
그 손을 주먹 쥐어
터질 듯이 긴장하게
부술 듯한 확신 있는 모양으로
어둠을 치도다 허공을 치도다 !
그리고
어둠과 허공을 깊이 잠근
안개의 바다를 치도다.
잠기어 나리는 안개는
퍼부어 흐르는 땀과 한가지로
그의 몸 위에 타도다 !
밑 모르는 이슬의 모양으로......
어둠과 허공의 비밀 부수는 듯한
그의 <침>은 끊임없이
치고 치고 또 치도다 !
안개의 바다는
점차로 스러지도다
그리고
그 어둠의 빛은 어느덧
멀리 희미하게 변해 오도다.
오---- 힘의 상징 !
<침>의 용사는
그 변해 오는
어둠과 공허의 벌판과 대지 위에
넘어가도다 !
오 ! 그는
쓰러지다 !
산속의 거목같이...... .
오---- 대지는
이상한 소리로 웃도다
어둠과 허공은
알 수 없는 춤을 추며
알 수 없는 웃음 웃도다.
오---- 저 대지의 끝으로부터
고요히 발자국 소리도 없이
넘어오는 여명을
영원한 서광의 서림은
위대한 싸움으로 쓰러진
젊은 용사의 모양을
대지 위에 발견하는 그 순간에
그의 시체를 안아 싸도다
고요히 소리도 없이
그를 조상하는 듯
그를 축복하는 듯...... .
그의 몸은 벌써
돌같이 굳어져 버렸으나
그의 입술 위에는 오히려
미진한 나머지의 표정 서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