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가슴 - 오상순 쥐어 뜯어도 시원치 못한 이내 가슴 애매한 궐련초에 불을 붙인다 피울 줄도 모르면서 나의 가슴속 무겁게 잠긴 애수, 억울, 고뇌 뿌연 안갯가루 묻혀 내어다 허공중에 뿌려다오 씻어 내다오 나의 입속에 빨려 들어오는 연기야 나와 함께 사라져다오 유완(柔緩)히 말려 올라가는 가늘고 고운 은자색의 연기야 나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질서없이 엉긴 피 묻은 마음의 실뭉텅이 금새 스러져 버릴 너의 고운 운명의 실끝에 가만히 이어다가 풀어다오 허공중에 흔적도 없이 담배는 다 탔다 나의 가슴은 여전하다 또 하나 또 하나 연달아 붙여 문다 그러나 연기만 사라지고 나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진다 아 불 불 나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불을 질러라.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