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거칠고
혈맥이 뛰노는
순난(殉難)의 아픔
함께 받는 흰옷의 무리들......
입을 닫고
눈을 닫고
폐허제단(廢墟祭壇) 밑에 엎드려
심장 울리는
세계가 무너져 버릴 듯한
그 신음을 들으라.
넘어가는 햇빛을 맞아
폐허의 허공을 꿰뚫어
짝없이 홀로 서 있는
차디찬 옛 영광의
궁전의 돌기둥 하나 !
그를 두 팔로 껴안고
숨을 끊고 눈 감는 자여 !
마른 덩굴 이끼에 서린
폐허의 옛 성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소리도 마음대로 내지 못하고
느껴 우는 흰 옷의 무리여!
당혹색 저고리 입은 어린이의
터질 듯이 살찐 손목 이끌고
구름에 잠겨 있는 폐허의 제단 향하는
짚신 신은 늙은 할아버지의
땅 위로 내리 깐 양 미간 !
황혼빛에 서리는 그의 이마 위의
칼자국 같은 주름살 !
폐허의 제단에 엎드려 애소하는
남아들의 등 위에는 땀이 용솟음치고
머리에는 타는 듯한 김의 연기 서리도다.
폐허의 제단에 길이 넘는 검은 머리 풀고
맨발로 소복 입은 처녀들의
말도 없이 경건히 드리는
목단향(木檀香)과 기름 등불은
주검같이 소리없는 폐허의 하늘
바람 한 점 아니 이는데
끝도 밑도 없는 깊은 밤 어둠 속에
아프게도 우울하고 단조하고도 끊임없는
곡선의 가는 흰 길을 찾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