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우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하구(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 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