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젠가 이 지상의 정거장 앞에
잠시 걸음이 멈추어져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본 적 있었던
현실의 地名으로서가
아니라, 남쪽의 바다여서도
바다의 남쪽이어서도 사실은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더 시작인 해남과 같았을
해남보다 더 끝이었던 해남과도 같았을
백년처럼이나 깊게 걸려서 마주치고 말았던
물기 베인 자리 저쪽에서 너는 태어났다
백년만큼이나 더 멀고 절실한 여정의 표정으로
이제 막 너의 전부는 나와 마주치고 말았다
언젠가 한 번 쯤은 모든 나였거나
나 일 수밖에 없었던 내가
파도와 용서와 눈물에게 대고
손을 내밀고 싶어졌던 순식간처럼
水銀 물든 별 한 개의 너는 그때 태어났다
어디선가 고요한 은빛의 숨결소리 같았을 때
그 소리만으로도 빛이 되었던 꼬옥 거기쯤에서
너는 하얗게 태어났다
한편으론 無間의 지옥 같았거나
그보다 더한 낭떠러지 앞으로 나를 데려와서
너는 그때 너 혼자서 만이 아니라
어디선가 네가 가까워지고 있었거나, 있었던 시간 속의
오래된 바람의 가지와 잎사귀들과
그 바람 속으로 떨리던 눈동자의 一巡 너머와
그 뒤를 뒤따라 온 강물과 저녁들과
함께,
너로 인해서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도 했던 아침에
어디선가 나를 울어주던 너도 그때 막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