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바다 - 남진우 나무 그늘 아래 잠든 여인이 누워 있다 그녀 숨소리 따라 조금씩 잎사귀들이 흔들린다 살며시 내려앉는 안개와 새 울음소리 머얼리 바닷물은 부풀어 올라 둥근 달을 낳고 달은 소나무 향기를 대기 가득히 풀어 놓는다 푸르른 바람 한줄기 그녀 입술을 스칠 때 누군가 촛불을 켜들고 우물 밑으로 내려간다 한없이 깊고 어두운 우물 밑 잎사귀들은 쌓이고 달빛은 오솔길을 거슬러 오르는 피를 따라 어두운 숲으로 흘러간다 흘러간다 서서히 밤하늘을 적시며 ... 이 밤 그들은 뗏목을 타고 사나운 밤바다를 건너가리라 ... 조금씩 가라앉은 수평선 너머 폭퐁우는 그들을 기다리고 ... 이 밤 그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섬을 찾아 헤매리라 점점 자욱해지는 안개 저편 그녀는 미소짓는다 그물을 들고 바다를 내려가는 사나이들의 낮은 휘파람이 들리다 그치는데 아득히 열리는 바다 달빛에 씻긴 물결이 그녀 잠 속으로 밀려들어 물보라를 일으킨다 자욱히 어둠의 가루를 흩날리며 파도가 해변에 토해놓는 부서진 나무 조각들 말미잘 불가사리 물거품의 상형문자들 다시 바람이 일어 잎사귀 흔들고 그녀 숨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서서히 구름의 천막이 걷혀진 밝아오는 하늘 저 멀리엔 차갑게 빛나는 등대 하나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