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구름이 비를 몰고 와 스쳐간다
고원(高原)에서,
보낼 것은 보내고 누군가를 기다리기로 한다
돌담 낮은 처마 아래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오―이 길게 짐승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넓고도 높은 구릉으로 오르는 길에는 단 한 그루
나무가 서 있을 뿐이다
나무에는 푸르고 붉은 힘줄이 엉켜 있다
대지 깊은 곳으로 혈육을 찾아가는 그의 여행은
아주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며
한순간에 끝날 일이다
색이 바랜 달력이 걸려 있는 벽에 기대어
한 계절을 보내고 일어났을 때
아무것도 오지 않았고 사람은 늙어버렸다
한 철을 떠돌다 돌아온 산장지기는 깊은 목례를 보낸다
한자리에 있는 자에 대한 경례
바람이 보내는 경배를 받으며
다시 고원에 섰을 때
나무도 구릉도 모두 사라지고
짐승 부르는 먼 메아리마저 끊어졌다
자신이 디딘 중력을 잠시 잊고
새 한 마리가 탐욕의 비상을 멈춘 채
허공 한 지점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