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 전윤호 우리 동네에서는 까닭 없이 사람들이 사라지면 도원으로 갔다고 했다 한번 가면 너무 좋아 가족들도 잊고 돌아오지 않는 곳 흉년에 주린 노인들과 사랑에 주린 젊은이들이 밤길을 헤매다 가게 되는 곳 높은 뼝대 아래 시퍼런 물살이 도는 소 근처에 들어가는 동굴이 있다고도 했다 메기를 잡으려고 밤낚시 하던 사람이 희미하게 울리는 풍악 소리를 듣기도 하고 장대비 며칠을 내려 큰물이 나면 예쁜 꽃신이 떠내려오기도 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밥 짓는 냄새가 풍기면 도원에서 오는 거라고도 했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떠나는 모습을 기억도 못하는 어린 나를 두고 사라진 어머니가 보고 싶어 보채면 사람들은 도원에 마실 간 거라고 실컷 놀고 나면 내가 생각나 쪽배 타고 돌아올 거라고 우리 동네에서 무덤도 없이 사라진 사람은 도원으로 놀러간 거라고 했다 괜히 울적한 저녁이면 강변으로 뛰어가 산 너머로 사그라지는 노을을 보면서 어머니가 돌아오기 전에 그곳에 가고 싶었다